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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공부

고객의 초상화를 그려라, 전략이 보인다

DavidKwon 2009. 12. 2. 01:46

우리 기업들은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만큼 투자를 하고, 또 얼마만큼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면서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과학적이거나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의 전형적인 소비자 조사 과정을 살펴보자. 마케팅 담당 부서에서 소비자 조사회사에 외주를 준다. 소비자 조사회사는 설문지를 작성하여 마케팅 부서에 전달하고, 확인을 받은 후에 조사를 벌이고 리포트를 작성하여 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소비자 조사의 범위이다. 대부분의 소비자 조사는 이미 출시된 제품이나 해당 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단순한 선호도 조사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소비자의 욕구 파악이나, 획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러한 조사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누가 조사를 하는가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 부서원들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소비자 조사회사에 설문지 작성 및 조사 데이터 분석을 통째로 맡기기 쉽다. 하지만 대개 소비자 조사회사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고객사의 명확한 의도나 제품의 컨셉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내에 설문지를 작성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보다 바람직한 방법은 P&G처럼 내부적으로 마케팅 전문 인력을 키워서 소비자 조사의 전 부분을 실행하거나, 머크(Merck)처럼 전문 컨설팅 회사를 장기 고용해서 소비자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기업의 전략을 짜는 데는 3단계의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비슷한 성격의 소비자들을 그룹화(grouping)하는 소비자 세분화 (action segmentation) 과정이다.
둘째, 타깃 소비자 군(群)을 초상화(customer portrait) 그리듯 자세하게 묘사하는 과정이다.
셋째,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 단계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과정(buying process analysis)이 필요하다.


■소비자를 세분화하라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내려진 3가지 지침을 비교해 보자.

(사례1) "이번 신차는 우리 회사의 전략 모델입니다. 기존의 차량에 비해서 50만원의 인센티브를 더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연 50만대를 달성합시다."

(사례2) "이번 신차는 SUV(지프형차)를 탈만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레저를 좋아하는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홍보를 해 주십시오."

(사례3) "이번 신차는 40대 화이트 칼라 남성이 주 타깃입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40대 남성 화이트 칼라를 대상으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홍보하십시오. 부(副) 타깃은 20 대 여성입니다. 20대 여성에게는 외부 디자인에 대해서 집중적인 홍보를 하십시오."

첫 번째 지침은 전혀 소비자 세분화가 돼있지 않다. 따라서 마케팅 활동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두 번째 지침은 어느 정도 세분화는 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 세분화 관점에서 보면 세 번째 지침이 가장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방법이다.

모니터 그룹이 활용하는 소비자 세분화 방법은 기존의 소비자 세분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두 가지로 요약하면, '실행 가능(actionable)'하고 '의미 있는(meaningful)' 소비자 세분화라고 할 수 있겠다. 실행 가능하다는 것은 소비자 세분화의 결과를 가지고 영업사원들이 타깃 고객을 뚜렷이 인지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례 2)의 '레저를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는 영업사원들이 이해하고 행동을 취하기가 너무 어렵다. 반면 (사례 3)에 제시된 '40대 남성 화이트 칼라' 혹은 '여자 대학생' 등은 영업사원들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소비자 세분화다.

국내에서 최근 성공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현대카드의 알파벳 카드를 보면 명확하게 실행력이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M카드의 경우는 현대·기아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 I카드의 경우는 우체국 예금을 드는 중장년층, S 카드는 현대백화점 고객들, U 카드는 대학생들, 블랙카드는 기업의 경영층 및 전문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명확하게 타깃팅을 하기 때문에 영업맨이나 각각의 타깃 소비자층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구성하는 부서 입장에서도 전략 수립 과정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지닐 수 있다.

'의미 있는' 세분화는 무엇일까? 소비자 세분화를 해서 각 소비자 군을 나누었을 때, 각 소비자 군별로 내부적으로는 동질성을, 그리고 다른 소비자 군과는 이질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시 신용카드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새로 출시된 카드가 특정 소비자 군을 노리고 만들어졌다면 그 소비자 군에게 맞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거나, 영화관 또는 놀이공원을 가보자. 카드회사별로 수많은 카드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똑같이 할인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똑같은 카드회사인데도 여러 가지의 카드가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의미 있는' 소비자 세분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생생히 묘사하라 

성공한 영업사원들을 보면 고객에 대해서 정말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다. 생일, 결혼 기념일, 자녀의 나이 등 수치적인 것뿐 아니라, 어떠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소비자를 생생히 묘사(customer portrait)'하는 분석은 바로 소비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카드회사는 신상품의 타깃 고객으로 30대 중상층(연봉 7000만~8000만원) 남성을 설정한 뒤 그들의 소비 행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토대로 그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의 타깃 고객은 두 아이가 있고, 한 달에 1~2번씩 백화점 쇼핑을 한다. 출퇴근 시에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SUV(지프형차) 차량에 관심이 많아 조만간 구매할 의사가 있다. 신용카드 한달 결제금액은 110만원 정도다. 주로 쓰는 카드는 2종류다. 가끔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는 무이자할부를 받기 위해 이와 별도로 백화점 카드를 쓰기도 한다. 이들은 카드사에서 영화할인이나 각종 작은 무료 서비스를 주는 것보다 특정 부문에서 확실한 혜택을 안겨주는 것을 선호한다. 또 텔레마케팅보다는 팩스나 이메일로 정보를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주요 고객을 이처럼 단순한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회사 전체에 전달할 경우 전 직원의 소비자에 대한 공감대와 이해가 높아지게 된다. 회사에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직원부터 고객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회사가 집중하는 소비자를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세계적인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을 생각하면 어떤 고객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머리에 두건을 쓰고 가죽 점퍼에 가죽 바지를 입은 터프한 이미지의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아마 할리데이비슨의 중역부터 심지어는 대리점의 점주까지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의 모습을 이와 매우 비슷하게 형상화하고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복잡한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이 없더라도 전 직원이 오토바이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어떠한 광고를 할지,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구매 결정과정(buying process)을 분석하라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누구에게서 받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한다.

중국의 맥주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많은 인구만큼이나 맥주 소비가 엄청나 세계적인 맥주 기업들의 전략적 시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한 맥주회사는 진입 초반기에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유럽에서 하던 대로 멋진 패키지, 중국 톱스타를 활용한 광고, 많은 옥외 광고판 설치 등을 해 보았지만 별 재미를 못 봤다.

그런데 만약 이 기업이 중국 진출 초기에 구매 결정 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주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광고에서 본 브랜드의 맥주를 마시기보다는, 술집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프로모션 걸(각 맥주회사별로 프로모션 걸을 파견하여 맥주를 판매함)의 추천에 의해서 구매 결정을 주로 한다는 것을 알아냈을 것이다. 따라서 TV 광고나 옥외 광고 그리고 톱스타를 섭외하기 위해서 거금을 투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래 전 얘기지만,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P&G는 국내에서 생리대 판매를 위해서 전국 초·중학교의 여학생 모두에게 샘플을 나눠 줬다. 지금이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90년대 초에만 해도 생리대의 구매는 주부가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구매된 제품을 어머니와 딸이 같이 사용했다. 따라서 많은 회사들이 매장 내에서 주부들에 대한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당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파고 든 결과, 처음 생리대를 사용하게 되는 초·중학교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품질에 민감하고, 어머니의 제품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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